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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섭
Cho ki seob
曺基燮

개인전 7회
2018 이형사신의 길 (한벽원 미술관, 서울)
2017 조기섭 김범균 허문희 (갤러리2 중선농원, 제주)
묵선 : spotlight (성균갤러리)
Close to you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4.3프롤로그 – 바람 잔 날, 그때 제주 (제주4.3 평화기념관 기획전시실)
2016 제주를 비추다 (제주현대미술관, 제주)
2015 383 상륙전 (오픈스페이스배(부산), 대안공간봄(수원), 갤러리두들(서울), 아트창고(제주)
물도 꿈을 꾼다 (제주도립미술관 기획전시실, 제주)
Aitherena 2015 Art Exhibition (Aitherena gallery, 영국런던)

구름이 해를 가리면 빛나던 돌은 어둠 속에서 꿈틀거린다

 

– 황정인(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검은 돌이 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마른 표면을 드러낸 검은 돌은 흐르는 시간을 멈추고, 주위의 공기를 빨아들일 것 같은 깊은 색을 지녔다. 그래서인지 이것은 수면 위에서 반사되어 공기 중으로 가볍게 흩어지는 빛과 달리 제법 묵직하게 화면을 누른다. 그리고 화면 곳곳에서 서로 포개지거나 무더기로 뭉쳐 있다가 다시 물이 차오르는 시간을 맞이하면 은빛 물결 속으로 조용히 모습을 감춘다.

 

조기섭은 제주의 풍광을 소재로 대상에 대한 심리와 사유의 방식, 그리고 그에 대한 독특한 감각의 지점을 드러내는 풍경을 그린다. 자연 속에 속해 있던 삶을 떠나 각박한 도시 생활을 선택했을 때에도, 자연은 그가 마주한 세상에 대한 심리를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모티프였고, 다시 도시에서의 삶을 접고 자연과 가까운 삶으로 귀환했을 때에도 자연은 늘 그의 마음을 다스리고, 세계를 사유하는 매개체였다. 200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지속된 풍경이 제주를 떠나 온 이후 그의 마음과 기억 속에 각인된 풍경의 잔상을 시각적으로 강렬한 색채와 섬세한 세필로 쌓아올려 그려낸 것이라면, 201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풍경은 기억에 의존한 풍경이 아니라 자연 안에서 몸의 여러 감각으로 체득한 감각을 공감각적으로 전하는 방식으로 서서히 이행 중이다.

 

그는 제주로 다시 돌아온 이후, 자연 속에 머무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고 한다. 어찌 보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나, 상대적으로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이 적었던 타지생활은 분명 자연을 다시 대면하게 된 상황에서 그것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을 터였다. 실제로 시지각의 표현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작가는 눈을 감고 온 몸의 감각을 열어 자연을 보다 적극적으로 대하며 그것의 외형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이면의 세계를 인식해가고 있는 중이다. 몸의 모든 감각을 곧추세우는 과정으로서 자연 속에 맨몸으로 거하는 체험은 익숙했던 대상을 형언할 수 없는 감각으로 인식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고, 그것은 시각의 영역 너머에서 감지되는 것들, 이를테면 빛과 그늘에 의한 온도 차이, 구름과 바람을 통해 전해지는 온도와 습도의 변화, 바람의 강도, 공기 중으로 전해지는 파동, 대상과 대상 간의 파동이 맞닿아 만들어 내는 공명과도 같은 촉각적 감각을 인식과 사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여기서 자연, 그 중에서도 빛과 바람은 조기섭의 작업에서 대상에 대한 시각적, 촉각적 감각을 일깨우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해왔다. 자연과의 오랜 교감과 관찰을 토대로 내면의 심상을 붉게 물든 노을과 바람결에 흩날리는 나무의 모습에 담아냈던 연작에서도, 시간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분채와 은분으로 표현한 근작에서도 이 둘은 그의 독특한 화법을 구축하는 두 개의 큰 축이다. 그는 이전의 작업에서 제주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내면의 감정을 투영한 색채로 망점을 찍듯 세필로 형상을 그렸다. 그렇게 짧게 끊어 그린 붓질이 군집을 이루면서 시간에 따른 빛의 변화와 바람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담아냈다면, 은분을 이용한 근래의 분채작업에서는 재료의 특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빛의 반사 효과가 빛의 조도, 관객의 동선 등 그림을 둘러싼 주변의 환경과 만나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화면을 연출한다. 여기서 빛의 반사로 인해 보는 이의 작은 움직임에도 순간순간 미묘한 색채로 변화하는 표면은 철저하게 시각의 영역에 기대어 있지만, 동시에 그것은 수면 위에 새겨진 바람의 흐름을 은은하게 드러내면서 화면 전반에 촉각적인 감각을 함께 전달한다.

 

이러한 조기섭의 풍경은 자연, 넓게는 작가의 주변을 둘러싼 대상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 그리고 그것을 통해 세계를 사유하는 방식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거대한 자연의 이미지 안에 숨은 그림처럼 자리한 곤충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질서 안에 균형을 이루면서 공존하는 삶을, 넓은 화폭의 여백을 가르는 잔잔한 파동과 쉽게 감지할 수 없는 작은 움직임 속에 대상과 대상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빛의 변화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형상들을 통해 모든 존재에게 시간의 흐름은 공평한 자연의 섭리임을 이야기한다.

 

그는 해변에서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검은 돌들이 있는 풍경을 향해 ‘구름이 해를 가리면 빛나던 돌은 어둠 속에서 꿈틀거린다.’고 스치는 생각을 적는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이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관찰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평범한 자연 현상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에게는 변치 않는 자연의 섭리이자, 인과의 법칙이며,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은유적 사유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자연이 기억 속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시간을 지나 그에게 다시 서로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거리로 성큼 다가온 후, 그것은 단순한 재현의 대상을 넘어서 세상에 대한 생각을 깊고 길게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은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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