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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령
Choi Jae-ryung
崔在玲

레지던시 2017 제주문화예술재단 창작공간 이층 레지던시 1기 참여작가 개인전
2018.05 흩어진 순간들, 갤러리 너트, 서울
2017.03 연속되는 잔상들, 갤러리 도스, 서울
2016.07 Steal Cut 展, 7Pictures 후원전시, 꽃피다 이화다방, 서울 단체전
2018.07 제주청년작가 공모전, 문화예술진흥원, 제주
2018.06 안국약품 신진작가상 공모전, 안국약품갤러리, 서울
2018.03 식물성, 예술공간이아, 제주
2017.12 오픈스튜디오X전시, 창작공간 이층,제주문화예술재단 2층/카페 HAPPEN, 제주

실재적 사유를 향한 최재령의 영화와 재현

 

백 곤 |미학

 

1. 사로잡은 영화의 시간
“사람들은 시간을 어디다 처박아 두게 될 것입니까?” “아무 곳에도 처박아 두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이란 결국 어떤 사물이 아니고 하나의 생각입니다. 시간은 인간의 지성 속에서 소멸되고 말 것입니다.” 러시아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Andrei Tarkovsky, 1932-1986)의 영화 (1966) 속 한 장면이다. 이 영화는 , 를 그린 15세기 러시아 화가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삶을 토대로 예술가의 역할과 예술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 타르고프스키는 그의 저서 『봉인된 시간 Versiegelte Zeit』(1985)에서 이 ‘시간’의 개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는 ‘시간’, 특히 영화적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는데 시간은 ‘나’의 존재와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조건이며, 그 조건은 개념이 아니라 인간이 겪은 경험 속에서 굳건히 자리 잡은 인간의 실재적 영혼이라고 주장하였다. 타르코프스키는 이 ‘영화적 시간’ 개념을 통해 시간 속에 내재하는 도덕적이고 내적인 본질에 관심을 가졌다. 그가 말하는 영화적 시간이란 ‘실제적 형식과 현상 속에서 사로잡은 시간’이다. 여기서 실제적이라는 말은 영화가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구체성을 표현하고 있다는 말이며, 그의 주장대로 영화의 전제조건은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관객 개개인의 삶의 주체성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판타지이거나 허구적 환영 또는 비체계적 예술영화이건 간에…. 화가 최재령은 이 구체적 시간을 전제로 한 영화의 장면을 그림으로 그린다. 그녀는 (2002), (1996), (2002), (1998) 등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장면들을 회화로 다시 구성한다. 그녀는 분명 영화의 한 장면을 재현한다. 최재령의 그림이 영화의 한 장면에서 시작되었고 영화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하여 화폭에 담아냈다면 그녀의 작품 이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재현’, 그녀는 왜 영화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회화로 재현하는가? 그녀는 영화와 회화의 매체에서 어떠한 동일성을 발견하였는가? 만약 이 질문들이 유효하지 않다면 그의 재현은 단순한 영화의 모사에 머물게 될 것이다. 최재령은 분명 현대미술의 맥락 속에서 영화의 한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그것이 이미지이건 프레임이건 간에 그녀의 작품은 분명 영화를 재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녀의 재현개념과 작품세계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서 예로 든 안드레이 타르고프스키 감독의 예술영화에 대한 미학적 입장과 철학이 꽤 유효할 것이라 생각한다.

 

2. 딴 생각의 사유

 

작가 최재령이 영화의 장면을 그림으로 재현하기로 결심한 첫 번째 작품은 이다. 영화는 프랑스 청년이 취업 준비로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일 년간 교환학생으로 스페인에 머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는 내용이다. 작가 최재령은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을 때와 4년 뒤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일 때 두 번에 걸쳐 이 영화를 보았다. 인생의 전환기인 당시 그녀는 무엇인가를 선택을 해야 한다는 삶의 무게에 힘겨워하며 청년기를 겪는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에서 강한 동질감을 느꼈다. 같은 영화를 다시 보게 될 때 이전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장면들과 거기에서 느껴지는 감성들, 그리고 처음 영화를 감상했을 때 자신이 처한 상황들이 오버랩 되면서 그 영화는 나 자신의 삶속으로 깊숙이 들어오게 된다. 마치 지나간 유행가를 들었을 때 자신이 처했었던 상황과 기억의 잔상이 다시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4년간의 삶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영화 속으로 빠져들었다. 자신의 삶에 부과된 의무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해준 영화는 그녀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연상적인 사유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그녀는 이 무한히 확장되는 연상적 사유를 ‘딴 생각, 혹은 잡념’이라고 칭했다. 그녀는 이 딴 생각을 통해 과거로 여행하였고, 꿈을 꾸며 자유롭게 도래하지 않은 미래와 환상의 세계를 넘나들었다. 딴 생각 속에서 그녀는 앞을 향해 치열하게 내달리지도, 타인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녀는 이 사유가 지속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유의 자유로움을 타인들과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다시 돌아가야 하는 곳이다. ‘딴 생각’이 끝이 나면 연상적 사유 속에서 한 없이 자유로웠던 나는 다시 현실 속 나의 주체와 다르지 않음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영화를 통해 열려진 딴 생각이 현실에서도 계속 유지되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영화가 단지 현실도피의 수단이나 멍 때리기가 아닌 사유를 지속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마치 SNS를 통해 공유되는 수많은 음식 사진들이 과장과 왜곡이 가미된 이미지이지만 행복하고 따뜻한 감성들을 전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영화의 한 장면을 그림으로 재현하기로 마음먹었다. 영화적 사유가 현실 속에 지속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바로 그녀가 만들어내는 회화적 재현의 근간이 되었다. 그리하여 여러 갈래의 사유를 가능케 하는 영화 속 ‘딴 생각’은 그녀의 그림을 통해 실재적인 현실로 드러나게 되었다.

 

3. 영화적 회상과 회화의 정신

 

영화의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작가 최재령의 ‘재현’을 이해하는 두 가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첫째, 그녀가 영화매체의 핵심인 시간성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했다는 점이며 둘째, 화가로서 회화의 역할과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분명 시간을 다루는 매체이다. 영화는 단순히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살아있는 주체가 경험한 실제적인 시간을 이어주는 매체이다. 또한 영화는 생각을 이어준다. 시간은 순간순간을 살아 온 우리의 온전한 정신과 결코 동떨어질 수 없다. 이 정신은 현재에서부터 과거로, 그리고 다시 과거에서 현재를 넘나들며 시간에 영속해 있는 나의 정체성을 인지하게 한다. 과거의 회상은 실체적 삶의 시간들이 존재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잔상 또한 마찬가지이다. 시간은 하나의 생각으로부터 출발한다. 과거를 회상하거나 그 잔상의 여운들을 되새김질하는 것은 현실에 몸담고 있는 나의 실존적인 사유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SF영화가 허구적 가상세계를 다룬다고 해서 그것이 현실을 벗어나 완벽한 가상을 만들어내지 못하듯이 영화는 현실의 경험과 주체성 안에서만 지각된다. 보드리야르의 파생실재(Hyperŕeel)가 실재와 재현 사이의 구분을 없애고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가상현실의 가능성에 대해 말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시뮬라크르(Simulacre)의 세계를 현실 속에서 경험하고 있다. 영화의 환상은 어디까지나 현실에 몸담고 있는 주체의 축척된 경험과 기억을 통한 자기 동일화를 통해 인식된다. 영화에서의 시간은 실재하는 인간의 경험과 정신을 기반으로 할 때 살아 숨 쉰다. 이것이 바로 영화적 시간 개념의 핵심이다. 타르고프스키 감독이 말한 영화의 시간은 바로 영화를 바라보는 ‘나’의 실존적인 정신에서부터 작동하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시간이 없는 곳에는 어떠한 회상도 있을 수 없으며, 영화는 언어가 아닌 우리들 스스로를 눈앞에 제시하는 예술”인 것이다. 작가 최재령은 이 영화적 시간의 근원인 실체적 정신을 회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다. 영화의 한 장면을 재현한다는 의미는 영화를 통해 공유된 관객들 각자의 기억과 경험들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영화가 실제적인 현실의 삶과 실존적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회화 역시 환상이 아니라 실재적인 삶의 모습과 직접적으로 관계 맺어야 한다. 그녀는 영화 속 일상적인 장면을 골라 친구와 가볍게 기념사진을 찍은 기억을 떠올리듯 편안하게 그림으로 옮긴다. “마치 전을 부치 듯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는 그녀의 말처럼 영화에 빠져있는 쓸데없는 망상 즉, 딴 생각과 또한 스치듯 지나가는 영화 속 소소한 장면들은 모두 일상의 삶 속에 녹아있는 것들이다. 그녀는 일상을 재현한다. 그리고 회화는 이 일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영화를 통해 회상하고 또 다른 현실적인 꿈을 꾸게 한다.

 

4. 잔상의 실재적 재현

 

‘회상’, 그녀는 영화의 소소한 장면을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자 한다. 그녀는 이 회상을 ‘이미지에 대한 잔상’이라고 표현한다. 이 잔상은 영화가 끝나고도 계속해서 지워지지 않은 기억인데, 그녀는 이 기억의 이미지를 통해 과거의 시간에 내재된 특정한 정서를 끄집어내고자 한다. 이를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이 이다. 이 작품은 미국 드라마 에 나오는 장면을 재현한 것으로 두 남자가 개울 위 다리를 건너는 중 한 남자가 다른 사람을 밀쳐 물속에 빠지게 하는 장면이다. 여러 장의 연속된 장면으로 그려진 이 작품은 붉은색 계열로 그려졌다. 그녀는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을 잔상의 이미지로 표현하기 위해 다섯 가지의 색상으로 한정하되 강한 잔상을 붉게, 그리고 점차적으로 모노톤으로 칠하였다. 그녀는 일상적이고 스쳐지나가는 장면을 다시 현재의 회화적 감각으로 회상하기를 원했다. 회상을 통해 소소한 장면들이 시간의 단단한 실재성을 획득하게 되는 것처럼 일상적인 장면에 생명을 불어넣고자 하는 것이 바로 최재령이 생각하는 회화의 본질이다. 그녀는 영화의 예술적 시간을 회화를 통해 재현한다. 15세기 화가 안드레이 루블료프가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예술적 존재의 정당성에 대해 긍정하였듯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이 실재성을 기반으로 하는 시간을 영화의 전제조건으로 상정하였듯이, 회화는 원본이 필요 없는 허상의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과거의 진상(眞像)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인간의 사유와 감성을 재현하는 예술이라는 것이다. 최근 그녀는 스케이트보드의 스핀플립(spin-flip)을 연습하는 아마추어 스케이터의 점프와 회전, 공중제비를 연습하는 영상 속 장면을 일련의 연속된 이미지로 그려냈다. 오랜 시간 촬영하고 편집하여 완성한 영화의 장면이 아닌, 일상적이고 우연적인 삶의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의 장면은 그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일상적 풍경에 조금 더 다가간 듯하다. 또한 이 일상적인 장면이 가장 현실적인 풍경이자 동시에 예술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영화를 통해 실재적 사유를 추구했던 그녀가 이제 현실을 매개로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고자 한다. 이제 그녀에게 영화와 현실의 구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현실이 영화가 되는 장면 장면들, 영화를 회상하고 그 잔상이 현실을 구성할 때 시간은 이제 온전히 우리 자신들의 삶을 향한다. 화가 최재령은 재현을 통해 영화 속 주인공을 만나게 하고 또한 삶의 배우인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편안하게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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