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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군태
chung kun tae
鄭君泰
松宇

제주제일고등학교 졸업
추계예술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및 특선
동아미술제 입선 및 특선
개인전 제2회 (인사아트센터, 월전미술문화재단초대전)
주요단체전 서울시립미술관 개관기념전
광복70주년 한국화 50인전
미술세계창사25주년 제주의 빛전
한국현대미술의 새로운 시선전
2018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등

송우松宇 정군태鄭君泰의 산수화

 

– 장준구 (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송우 정군태는 199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수묵산수화의 외길을 걸어왔다. 유년 시절부터 그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던 그였으나 성장기와 청년기의 여의치 않은 상황 속에 공직에 몸을 담게 되었던 탓에 장년에 이르러서야 다시금 붓을 들게 되었던 것이다. 화가로서의 본격적인 첫걸음이 다소 늦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젠 어느덧 화력畵歷 20년이라는 짧지 않은 연륜을 지닌 기성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는 공직에 있는 기간 동안 서울시립미술관의 운영 책임자로 근무했고, 공무원미술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등 미술에의 끈을 놓치 않고 있었다. 이는 그가 화가로서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 기량의 연마에 있어서도 노력을 지속해왔음을 보여준다. 2000, 2002, 2004년의 동아미술제에서의 수상은 이를 더욱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오랜 기간 절차탁마를 거친 끝인 2013년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이미 많은 작업량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그간 개인전을 열지 않았던 것은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작품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미술대학 졸업 1년 만에 개인전을 여는 것이 대수롭지 않아진 요즘의 상황을 감안해보면 그의 태도가 얼마나 엄격했었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당시 전시에도 구작舊作은 출품하지 않았으며 2010년 이후에 그린 신작만을 공개했다. 당시 상황에서 완결성을 지닌 작품만을 선택하였던 셈이다.
이번 전시는 4년의 침묵을 깨고 갖는 두 번째 개인전으로 이번에도 역시 그는 실경 산수화를 선보인다. 지난 개인전의 출품작들과 비교했을 때 전체적으로 화면 전반이 시각적으로 편안해진 것이 눈에 띈다. 2010년의 작품인 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그의 과거 작품들은 꼼꼼한 필법을 통한 시각적 사실성이 두드러졌다. 물론 그의 산수화의 경우 의도 자체가 자연의 외면보다 내면의 표현을 추구하는 것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당시의 작품들은 사실성의 비중이 컸다. 그러나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은 사의성寫意性의 비중이 커진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운동감 넘치는 먹의 선과 점의 사용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돌던 화면은 이제 여유와 편안함이 넘치는 화면으로 바뀌었다.
한층 숙달된 필력과 적절한 담채의 적용, 여백의 적극적 활용 등은 작품을 변하게 한 중요한 조형적 동인動因이다. 이렇듯 작품의 현상적 특징이 바뀐 것은 그간 자연의 본질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고자 했던 작가의 노력과 천착의 결과이다. 그는 스스로 언급했듯이 “언제나 외롭고 쉽게 지치는” 스케치 여행이지만 이를 게을리 하지 않고 전국방방곡곡을 누볐다. 자연의 진실을 담아내야한다는, 좋은 작품을 그려야한다 의지 때문이었다. 그 결과 자연의 시각성이 아닌 자연의 본질에 한층 다가서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번 출품작들은 묘사성이 줄은 데다 한층 변화감 있는 선을 사용하고 여백 효과까지 늘였지만 오히려 실체감은 더 강하다. 감상자가 작품 속 폭포에서 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림이 자연일 수도 없지만 자연 또한 그림이 아니다. 화가는 다만 자연에서 얻은 영감, 느낌, 감동을 살아가는 세월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눈과 마음으로 화면에 담아낸다”는 작가의 언급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잘 설명해준다.
현대 미술계에서 수묵채색화 자체가 소외되어있는 상황에서 전통성이 강한 산수화로 일관하는 정군태의 작품세계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새삼 산수화의 전통과 그 역사 되돌아보면 동아시아의 미술에 있어서 산수화는 그 존재 의미가 상당했다. 4-5세기 경 중국에서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는 실제 자연의 대체로서 등장한 이래 그 높은 위상은 19세기까지 흔들림이 없었다. 시대에 따라 화풍과 성격이 달라지긴 했지만 미술 장르로서 산수화 자체는 단연 으뜸의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20세기가 되면서 사회 전반의 서구적 근대화, 현대화의 과정 속에 미술에 그 영향이 미치게 되자 산수화의 위상도 급격히 달라졌다. 서구의 심미관, 사실적 양식과 기법이 전래되고 유화 및 수채화 재료가 도입되는 등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는 사이 동양화로 지칭되던 수묵채색화는 ‘옛 것’으로, ‘전통적인 것’으로 심지어 ‘구태의연한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현재의 미술이 아닌 과거의 미술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 오랜 역사 탓에 불가피하게 관념성이 강한 산수화의 경우 가장 타격이 컸다. 강한 시각적 사실성을 바탕으로 한 유화 혹은 수채의 풍경화와의 극적인 대비가 산수화를 더욱 예스럽게 보이게 한 탓이었다. 더군다나 서구 미술에 기반한 화려하고 입체적인 이미지를 담은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이 산수화를 더욱 지루해 보이도록 만든 측면도 있었다.
그렇다면 현대 미술에서 산수화는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일까. 과연 현대 서구의 미감과 표현방식, 매체를 따르는 것은 옳은 길일까. 필자는 산수화 아니 수묵채색화 전체에 여전히 많은 가능성 있다고 본다. 키치(Kitsch)함을 특징으로 하는 수많은 현재의 회화들, 보다 당대적當代的 예술로서 주목받으며 나날이 주가를 높이고 있는 설치미술과 행위미술의 경우 아직 역사적인 평가가 내려지지 않았다. 아니, 물리적으로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를 내리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상당수의 작가와 평론가들은 수묵산수화는 낡은 것이라 더 이상 의미가 없고 설치미술과 행위미술 등이 바로 21세기형 예술로 주목할 만하다는 견해를 펼쳐왔다. 심지어 예술 작품에서 그리는(drawing) 행위 자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보기까지 한다. 과연 50년, 100년 뒤에도 그들의 주장은 확고할 수 있을까. 그 때에도 설치미술, 행위예술의 위상은 변함이 없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20세기에 산생된 다양한 예술사조와 장르, 매체는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성행의 지속 기간 자체도 길지 않았다. 그야말로 명멸明滅의 반복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전체 역사를 놓고 보았을 때 20세기라는 서구의 영향력이 유례없이 강했던 시기를 거치며 우리에게도 커다란 존재감으로 다가왔을 뿐이다. 전지구화시대라 일컫는 현재에 미술에서의 세계적 보편성 획득이라는 그럴듯한 명제가 여기에 힘을 실어 주기도 했다.
21세기, 현재의 상황에서 서구 위주의 세계관이 급속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은 서양의 대표적인 석학들이 이미 인정한 바와 같다. 사회 전반의 모습이 어떻게 바뀔지는 알기 어렵지만머지 않은 미래에 문화에 있어서 서구 중심의 흐름은 일변할 것이라 생각된다. 19세기 말, 20세기에 서구에서 산생되었던 다양한 예술 장르, 표현 방식과 달리 산수화는 1,500년 이상의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충분한 예술성을 갖춘 장르로서 인정받고 검증된 것이다. 현재의 시각문화 속에 시대착오적으로 보일지라도 결국 산수화는 자신의 위치를 찾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화가들이 고됨을 무릅쓰고 산, 강, 들을 누비며 산수화를 그리는 것이 여전히 유의미한 이유이다. 정군태 역시 그러한 불굴의 작가 가운데 한 명인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자연의 본질을 포착하기 위해, 좋은 산수화를 그리기 위해 전국을 누빌 것이다. 또한 수많은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버려가며 자신만의 구도와 필법을 찾아갈 것이다. 이제 정군태에게는 좋은 그림을 넘어서 보다 큰 울림을 주는 화면을 만드는 과제가 남았다. 앞으로 그가 어떤 그림을 그릴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의지는 변함없을 것임을 알기에 기대감 또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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