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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정
Han, Yoon Jeong
韓侖廷

2007 MFA, 뉴욕 주립대학원
1995 BFA, 홍익대학교 한국,

미국에서 8회의 개인전
한국, 미국, 일본에서 60여회 단체전

2017 이중섭창작스튜디오, 서귀포시, 제주도
2009 쌈지농부 레지던시, 홍천시, 강원도
2008 쿠퍼유니온 스쿨 레지던시, 뉴욕, 미국

‘음식의 공간’ : 맛깔 나는 소통의 시각기호론
김성호(미술평론가)

 

음식 공간 : On the way to eat
음식을 소재로 삼고 그것을 주제화하는 작업을 선보여 온 한윤정은 이번에 그것의 공간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자신의 끼니를 위해, 지인들과의 만남을 위해, 누군가와의 만찬을 위해, 작가가 들리는 재래시장, 슈퍼마켓, 커피숍, 레스토랑과 같은 공간은 모두 ‘음식(의) 공간’이 된다. 따라서 그녀의 ‘음식 공간’은 모두 ‘먹는 행위’를 준비하고 실행하기 위한 개인적 공간이지만, 더불어 그것의 사회학이 작동하는 공적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녀의 작품을 통해 상상할 수 있듯이, 그것은 혼자 사는 노총각이 두부와 쓰레기봉투를 한꺼번에 살 수 있는 생산과 소비의 공간(천수마트)이자, 자장면을 나눠 먹을 수 있는 가난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연춘관)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상견례가 이루어지는 고급 레스토랑이기도 하며 ‘절친’과 하루 종일 수다로 시간을 보낼만한 정원 딸린 조용한 카페이기도 하다.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일상의 공간 어디에서나 쉬이 접근 가능한 이러한 ‘음식 공간’이라는 것이 은연중에 ‘음식 주체’의 있음과 없음을 판별하게 만드는 ‘상징자본’의 공간임을 말이다. 끼니를 위한 A씨의 편의점 사발면과 사교를 위한 B씨의 고급레스토랑 송로버섯요리의 경우처럼…
그러나 이러한 부르디외(Bourdieu) 식의 ‘구별 짓기’로서의 공간 인식은 작가 한윤정에게 있어 그다지 관심사가 아니다. 작가(나)에게 음식 공간은 외려 너(당신들), 그(녀) 혹은 그(녀)들과의 나눔과 소통의 공간으로 정초된다. 작가는 슈퍼마켓, 식당, 카페 등이 그려진 캔버스 작품들과 더불어 그것들과 어울리는 아크릴 간판들에 조명을 넣어 함께 설치함으로써 전체적으로도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공간디자인을 연출한다. 그러한 탓에 ‘이미지/텍스트’와 ‘평면/입체/설치’가 한 몸을 이룬 이번 전시의 공간 전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밝혀놓은 연말의 도심풍경처럼 ‘흥겨운 소통의 공간’이 되기에 족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On the way to eat’라는 전시주제 아래로 집결하는 그녀의 음식 공간은 분명코 ‘소비의 공간’이면서도, 어떠한 나눔을 실천하는 ‘생산의 공간’이 된다.

 

음식 공간의 기호학
음식 공간은 어떠한 나눔을 실천하는가? 한 음식주체는 회식(會食)의 공간에 참여하는 또 다른 음식주체(들)와 음식 뿐 아니라 시간, 대화, 감정을 공유하고 나눈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하면서, 누군가의 초대를 받아 식당에 들어서면서, 누군가를 위해 음식 값을 지불하면서, 각 음식주체들은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고정된 위치를 수시로 변경하는 주체 간 기호작용(sémiosis)를 벌인다. 그것은 초대한 이와 초대받은 자 사이에서, 주는 이와 받는 자 사이에서, 욕망의 대상인 음식을 매개로 코드매기(codage)와 코드풀기(décodage)의 역할을 수시로 바꾸는 자아와 타자라는 각 주체들 사이의 혼융된 커뮤니케이션 행위에 다름 아니다.
생각해보자. 기독교 전승에서, 인류사의 시작이 바로 ‘야훼로부터 초대받지 못한 음식 공간’에 개입한 아담과 하와의 ‘선악과’로부터 시작되고, 인류사의 새로운 시작이 바로 ‘예수로부터 초대받은 음식 공간’에 참여한 제자들이 피와 살을 나누는 ‘최후의 만찬’으로부터 예언되지 않았던가? ‘음식 공간’은 욕망, 유혹, 베풂과 나눔이 오고가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이다. 그것은 내 생존을 위해 영양을 보충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의 공간이자 그곳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사회학적 공간이다. 그런 차원에서, 음식을 ‘문화소’로 살피면서 사회적인 가치대상으로 보는 그레마스(Greimas)나 그것을 사회적인 코드화 과정으로 설명하는 리취(Leach)의 언급들은 정당하다. 아니, 음식을 커뮤니케이션 체계나 아예 예술형식으로까지 풀이하고 있는 더글라스(M. Douglas)의 관점이 보다 적절할지 모른다.
한윤정의 작품에 드러난 음식 공간 역시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이다. 재래시장의 저울이 보이는 어떤 점포에서는 상인과 벌이는 한 주부의 흥정이 한창이다. 천수마트 슈퍼마켓에서는 막 계산을 마친 누군가가 주인과 입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낙지 요리집 이층에서는 중년의 한 신사가 그가 초대한 누군가와 진중한 밀담을 나누고 있는 중이다. 또 한 사람은 카페에서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의 대화에 열심이고 또 누군가는 커피향을 은미하며 과거의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음식 공간은 타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뿐 아니라 자신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푸르스트(Proust)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 마르셀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느를 먹을 때, 그 냄새와 맛으로 인해 어린 자신의 추억을 파노라마처럼 떠올리며 과거의 자신과 대화를 나누듯이, 한윤정의 작품의 등장인물들 역시 음식을 통해 자신과의 대화를 나눈다.
등장인물들은 스냅사진이 포착한 풍경에서처럼 얼굴만이 혹은 다리나 손만이 화면 안에 부분적으로 등장하지만, 음식공간에서 벌이는 작가(나)와 그(녀)들의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상상하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러한 회화적 장치들은 외려 그(녀)들의 대화를 엿보는 관객의 관음증을 보다 더 유발하게 만든다.

 

‘음식 공간’의 시각기호론
한윤정의 음식 공간은 관음증적인 우리의 시선을 미각으로부터 촉각으로 그리고 공감각으로 이동시키고 확장해낸다. 주지하듯, 음식은 미각에만 머물지 않는다. 구미를 돋우는 음식의 향긋한 냄새와 색, 음식을 준비하는 부산한 소리들, “아삭아삭, 후루룩” 등 그것을 먹는 소리와 정겨운 대화들… 시각, 후각, 청각은 미각과 동행하는 동반자이자 그것의 전조들이다.
이번 전시에서 한윤정의 음식 공간은 미각을 확장하는 이러한 공감각들을 흥미로운 방식의 시각기호론으로 전개시킨다. 그것은 간판과 음식점(혹은 상점)이라는 음식공간의 시니피앙과 시니피에를 시촉각적으로 조합해서 만들어내는 그녀의 매력적인 조형설치 언어인 ‘이미지/텍스트 덩어리’로부터 기인한다. 구체적으로 그 매력은 ‘표현면’(plan de l’expression)과 조응하는 ‘내용면’(plan du contenu)에 살짝 비틀어 개입시키는 작가의 위트와 내러티브로부터 가시화된다.
실제의 간판들의 텍스트와 이미지를 재조합하고 그것을 잘려진 ‘텍스트/이미지’로 재구축해서 개입시키는 전략도 그러하지만, “배불뚝이”, “영업 중입니다”나 “안심하고 드세요”(판매하는 고기가 한우임을 천명하는)와 같은 너무나 익숙한 텍스트들을 느닷없이 혹은 낯설게 개입시키는 전략도 그러하다. 그것은 기표가 지시하는 이미지 공간을 다른 차원의 기의를 생성시키는 의미론의 장으로 확장시킨다. 그것은 예상 가능한 컨텍스트 안에서의 가독성을 훼방하고 엉뚱한 방향의 의미론을 생성시키는 위트의 발화지점이 된다. 그것은 해독해야 할 비주얼리터러시(visual literacy)의 차원이기 보다는 단지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지각체인 ‘이미지/텍스트 덩어리’의 차원으로 읽히기에 족하다.
또한 담담히 보여주고 있는 음식공간의 풍경 안과 밖으로 슬쩍 개입시키는 실루엣 인간들의 부분적인 형상들-일테면 커다란 눈, 손, 다리-은 분절된 시놉시스의 한 시퀀스를 연상케 만듦으로써 숨겨진 내러티브를 관객들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흥미롭게 풀어내게 만든다. 이처럼 한윤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더 이상 수동적인 수신자의 입장에 머물지 말도록 요청한다. 그런 면에서, 한윤정이 창출하는 시각기호론은 발신자와 수신자의 고정된 역할을 넘어 행위자(acteur)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공유하는 라스티에(F. Rastier)의 커뮤니케이션을 조형적으로 실천하려는 듯이 보인다.
작가 한윤정에게 먹는다는 행위와 그것을 둘러싼 이미지들을 생산하는 창작활동은 분석되어야할 시각기호론으로 제시되기 보다는 지각 가능한 감상과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하는 시각기호론으로 제시된다. 그녀에게 그것은 공감각적인 감상활동이자 동시에 타자와 나눔을 실천하는 ‘맛깔스러운 시각기호론’이 된다. 또한 개개의 작품들은 그것들 자체로 작품임과 동시에 그것들이 하나의 지도나 풍경을 연출하는 방식으로 결집되면서, 전시 공간 자체를 또 다른 하나의 작품으로 묶어낸다. 그럼으로써 음식 공간에 관한 한윤정만의 비주얼커뮤니케이션 모델을 수립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작가 한윤정이 ‘창작시 사고와 행위 사이의 시간의 간극을 될 수 있으면 없애려고’ 일상의 감흥을 매일같이 담아내는 드로잉들과 작가노트들이 작품으로 현실화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녀의 시각기호론은 자신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타자들과 지속적으로 공유하면서 ‘일상의 예술화’를 실천하는 ‘현재진행형의 비주얼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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