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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관
KIM SOON KWAN
金淳官

1978∼2010 개인전 6회
1999 부산시립미술관 ‘한시대의 연금술 엿보기’ 초대 기획전
2017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원 제3전실 개관기념 기획전
2018 ‘제주-서울 프로젝트Ⅲ’
제주-강광-인천전 외 250여회 국내전 출품

 

전 애월고 교장,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교육국장
현 전업작가

자연에서 찾은 선의 조형 – 김영호(중앙대교수, 미술평론가)

10여년 만에 갖게 되는 개인전을 앞두고 화가 김순관은 걱정과 부담이라는 말로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이는 그동안 자신의 화업에 전념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는 자성의 말이자 화가의 길에 대한 애정과 미래를 위한 남모를 의욕에서 온 심경의 표현일 것이다. 나는 그의 성품에서 엿보이는 이러한 솔직하고도 순박한 면면을 좋아한다. 세상을 곁눈질하고 약삭빠르게 처신을 하지 못하는 우직한 성격의 소유자가 내가 알고 있는 화가 김순관이다. 때로 그가 내린 장담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그의 판단 아래 흐르는 진정성은 나에게 호감을 주었다.

이번 개인전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낯설어 보인다. 이전의 작품 전반에 흐르던 강한 주제의식이 사라지고 화면의 형식도 전에 비해 한결 간소화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른바 무속과 역사의 고찰에 기인한 전통의 무게는 꽃과 산과 해변 등의 자연물로 대체되었고 때로는 자신이 태어난 마을의 사람들이나 가족이 등장한다. 그의 그림에는 이제 관념과 이상의 그림자가 아닌 자연과 주변의 미물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자리 잡고 있다. 다채롭고 일상적 주제에 대한 관심은 주제 자체에 대한 무관심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순관의 그림에 찾아온 변화는 이립(而立)과 불혹(不惑)을 넘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 50을 넘어선 화가들에게 찾아오는 일종의 순리라 여겨진다. 현실과 이상, 삶과 예술 사이에 자리 잡은 치열한 삶의 무게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변화의 이유를 파악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어느 평론가가 정리한 것처럼 김순관의 작품세계는 몇 차례의 변화를 겪어왔다. 그의 그림은 대학을 졸업하고 ‘청년기의 열정과 방황의 흔적이 어두운 시대상황에 따른 실존적 자의식’이 반영된 시절을 거쳐, 80년대에는 ‘시대의식이 공동체적 삶에 대한 애정과 전통성의 결합으로 투영되어 설화적인 주제에 구체적인 생활감정을 담아낸 단계’로 전환되었다. 90년대에는 ‘변화된 시대상황에 대한 작가 개인의 응답으로, 구체적인 현실 이미지가 추상적인 색면 분할양식으로 대체된, 그러면서도 일각에서 여전히 전통적 미감의 여운이 깔려있는’ 작품으로 변화되어 왔던 것이다.

사실 김순관은 작가로서 창작활동 이외에도 미술교사로서 그리고 교육 행정가로서 길을 걸어왔다. 그는 제주지역의 대표적 그룹인 의 멤버로서 20년 넘게 제주현대미술의 형성과 전개에 동참했고 부산의 과 광주의 와 같은 지역의 현대미술 그룹들과 교류하는데 기여했다. 또한 미술협회 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그는 제주지역의 독특한 미술풍토 속에서 현실적으로 주어진 일들을 처리했고, 장학사로 재직하는 동안 제주지역의 미술교육계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기획해 왔다.

독특한 인생경로와 작품세계의 변화 과정을 거쳐 오면서 화가로서 김순관은 나름의 조형적 결실을 얻게 되었다. 그 열매란 누구나 일견 식별해 내는 그만의 특성으로서 강렬한 선묘와 색채에 의한 장식적 패턴의 평면회화로서 독자성을 지닌 것이었다. 내용상으로는 민화와 무속 그리고 수묵화의 전통에다 현실적 자의식을 가미시킨 주제들로서 강한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정착되어온 것이다. 이번 개인전에 선보이는 작업에서도 그의 개성은 주제 선택과 방법적 측면에서 그 방향을 다시 굴절 시키는 가운데 지속되고 있다.

화가 김순관의 그림에 나타난 조형적 특성은 무엇보다 독자적인 선의 조형에 있다. 작가가 개발한 선의 조형이란 대상의 외형을 규정하는 윤곽이자 그 자체가 형상으로 쓰이는 선이다. 가령 산 그림에서 화면에 각인된 선은 산의 형태를 표상하는 동시에 산등성이에 말갈기처럼 세워진 나무숲의 흐름을 나타낸다. 아니면 정상에서 산 아래로 펼쳐진 골짜기거나 펼쳐진 바위무리로 해석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해석은 작가의 작품 이미지와 감상자의 심상이 서로 융합되면서 일어나는 시각적 동의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환영을 만들어 내는 원인으로서 관객의 시지각에 감동을 주는 보편성을 띠게 될 때 고유한 양식이 되는 것이다.

김순관이 일구어낸 선의 조형은 수묵과 갈필을 매체로 이어져온 동양화의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표현주의 화가 루오에서 한국의 대표적 추상화가인 유영국에 이르는 현대 회화의 문맥과 연결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간의 작가가 거쳐 온 노정을 볼 때 그의 선묘는 전통적 의식의 발현을 위한 작가의 노력의 산물이자 특히 민화나 불화 그리고 무속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얻게 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동양화의 선묘적 양식이 서구의 추상적 경향과 융화되면서 점차 나름의 속성을 갖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순관의 이번 개인전은 전통의 무게와 사상의 그림자에 대한 ‘적극적 무관심’이 만들어낸 결과로서 새로운 의미를 갖는 시발점이 되고 있다. 차려진 모든 접시를 쓸어낸 뒤의 식탁처럼 작가는 제주의 자연으로부터 새롭게 태어날 그 어떤 선의 조형 세계를 꿈꾸고 있다. 그것은 지천명의 세월 속에 자신의 화폭에 키워온 선이자, 덧없는 주의나 양식으로부터 자유로운 선이기를 바란다. 또한 어느 비평가의 지적처럼 그의 선은 “한라산에서 화산폭발로 터져 나온 용암이 흘러내려 오름을 형성하고 삶의 터전인 초가지붕으로 흘러들어가 영원한 쉼터로서 무덤인 봉분을 지나 바다 깊숙이 빠져 들어가는 선”이 되기를 바란다. 가식의 선이 아니라 순수의 선이며, 이념의 선이 아니라 감각의 선이며, 관념의 선이 아니라 체험의 선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김순관의 선 그림은 오래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이번 개인전에 선보인 산 그림과 일련의 인물군상에서 필자는 새로운 선의 미학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제주의 터전에서 김순관이 찾은 조형적 성과는 이렇듯 전통적 주제의식과 화법에서 시작되었으나 이제 그 전통을 괄호 속에 넣음으로서 진정한 자신의 존재성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러한 해방의 미학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통을 계승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200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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