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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보형
Ko, Bo-hyung
高輔亨

제주대학교 미술학과 및 동대학원(서양화전공)
러시아 국립 레핀미술대학(상트-페테르부르크) 유학

 

개인전 7회
김기량(펠릭스 베드로, 1816∼1867) 복자 표준영정 제작
2009~ 서울아카데미정기전
2011~ 신미술회정기전
제주-양주(중국) 국제교류전 <동방대묵>
제주-발리 국제교류전
상하이 아트페어 등 수많은 국내외 단체전 참가
제20회 제주미술제 선정작가상 수상

리얼리즘의 길, 시각의 정직성

 

김영호 (중앙대교수, 미술평론가)

 

포스트모던의 거친 파고 속에서 향방을 잃어버린 예술의 본성에 대한 회복 의지가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한 것이 오늘이다. 다원주의의 미명아래 쏟아내는 비평의 수많은 어휘들은 예술의 진실한 모습을 명확히 드러내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예술의 죽음이나 작가의 죽음 따위의 주장에 직면하며 작가들 역시 방황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평가와 작가들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이른바 예술의 본성에 대해 질문하고 다가서는 것이다. 예술은 시대의 자식이라는 것, 예술 활동은 시대정신의 탐구 활동이라는 것이다. 예술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정직성에 의해 가치를 획득하게 되며, 세상을 마주하고 존재에 대한 성찰의 기회로 삼을 때 의미가 더해진다는 것이다.

 

고보형의 작품을 대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리얼리즘이다. 리얼리즘은 그의 회화를 지탱하는 힘이자 앞으로 작가가 치열하게 탐구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좀 더 부연하자면 전통적 리얼리즘의 세계관에 기초해 자신의 조형세계를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그가 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이다. 이번 개인전에 출품된 30여점의 작품들을 보면 주변의 풍경과 인물을 소재로 채택해 거기에 심미적 터치를 가미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정직성이 있다. 이는 과장이 없는 시선에 기인한 것이며 여기에 작가의 심미적 색채와 터치를 덧붙여 독자적인 세계를 실험하는 것이다. 본시 리얼리즘과 심미주의는 섞일 수 없는 두 개의 이질적 조형원리를 품고 있다. 대상에 대한 충실하고 객관적 재현이 리얼리즘의 속성이라면 심미주의는 주관적 표현에 기반해 대상을 해체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어 연구의 과정이 심화될수록 작가는 간극의 차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해결방안은 물론 작가의 몫이다.

 

리얼리즘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국내에서 학업을 마치고 오른 러시아 유학길에서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일리야 레핀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러시아 리얼리즘의 전통은 우리에게 오랫동안 베일에 감추어져 있었지만 최근 아시아 각국의 리얼리즘에 대한 관심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리얼리즘에 인상주의 화풍을 덧붙이며 독자적인 업적을 세웠던 러시아의 한인화가 변월룡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사물의 본성을 꿰뚫는 시선과 화면위에 배치하는 그의 조형능력은 러시아 리얼리즘의 전통에서 받은 유산이었다. 거기에다 변화하는 시대의 심미적 미의식을 가미시킴으로써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경계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고보형의 경우 3년간의 러시아 유학생활에서 얻은 리얼리즘의 어법은 그의 작품세계의 향방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었다. 지난 개인전 도록들에 실린 독보적인 인물 데생들은 이러한 그의 조형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고보형이 선택한 주제는 제주의 여인들이다. 바다와 밭에서 노동하는 여인의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작가가 제주의 자연과 여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소박하다. 거기에는 낭만주의자들의 그림에서 발산하는 드라마틱한 빛과 폭풍을 찬미하는 열정이 절제되어 있다. 그 대신 화면의 엄격한 구성과 치밀한 형태 묘사를 위한 작가의 의지가 투명하게 빛을 발휘한다. 이러한 작가의 작품 경향은 리얼리즘의 길을 걸으면서도 작가 자신의 독자적인 세계를 예감케 해 주고 있다. 일상 풍경을 대하는 시선의 정직성과 그것을 화면에 드러내는 태도로서 리얼리즘은 고보형의 작품이 지닌 특성으로 삼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개인전에 선보이는 소품들은 작가가 거둔 또 한 차례 실험의 결실들이다. 석채를 캔버스에 올려 질감을 한층 거칠게 만들어 놓았다. 화면 바탕의 요철이 강조되면서 자연스럽게 인물의 세부묘사는 한층 더 단순해지고 생략되고 있다. 화면의 물성을 강조하면서 작가의 시도는 제주 자연의 척박함을 드러내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선묘에 의한 사물의 엄격한 묘사는 볼륨을 강조하는 정감적 경험의 세계에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이러한 실험은 궁극적으로 인상주의의 조형 형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매체실험은 경계가 필요하지만 작가에게 필수적인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조형적 수확은 훗날 작가의 인생노정의 한 마디로 정리될 것이다. 거친 바위의 표면처럼 처리된 캔버스에 제주의 풍광과 여인을 그려내는 작가의 조형실험은 여기까지 와 있다.

 

이제 고보형의 리얼리즘이 지닌 특수성에 대해 정리할 차례다. 리얼리즘이라는 단어는 오늘날 매우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쿠르베에서 비롯되어 슈르레알리즘(초현실주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누보레알리즘, 하이퍼리얼리즘에 이르는 다양한 갈래들은 리얼리즘 예술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리얼리즘의 갈래가 다양화된 것은 ‘리얼리티’라는 근본적 개념이 품고 있는 다의성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일차적으로 리얼리즘은 현실을 충실히 재현하는 예술이라는 일반적 정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보형이 채택하고 있는 리얼리즘의 기본은 앞서 언급했듯이 제주의 풍광과 제주여인의 삶을 소재로 삼아 현실의 리얼리티를 드러내는데 있다. 진실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제주의 역사성과 민중성에 기반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일이 그에게 주어진 과제로 남아 있다. 그의 성실한 성품과 조형적 역량에 비추어 큰 성취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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